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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음료 브랜드가 끝없이 쏟아지는 이유: 매너커피, 루이신, 헤이티(喜茶), 미쉐빙청(蜜雪冰城)이 보여주는 한국과의 결정적 차이

marvin-jung 2026. 5.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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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관찰

중국 음료 브랜드가 끝없이 쏟아지는 이유: 매너커피, 루이신, 헤이티(喜茶), 미쉐빙청(蜜雪冰城)이 보여주는 한국과의 결정적 차이

2평짜리 가게가 1,000개 매장이 되고, 후발주자가 4년 만에 스타벅스 매장 수를 두 배 차이로 따돌리고, 정저우의 작은 빙수 가게가 3만 5천 개 매장으로 자랍니다. 같은 일이 한국에서는 왜 일어나지 않을까요. 베이징에 살면서 본 구조의 차이를 정리합니다.

중국 음료 브랜드는 왜 이렇게 많을까. 베이징 궈마오(国贸, Guómào) 근처를 걷다 보면 한 블록 안에 음료 가게가 다섯, 여섯 곳이 보입니다. 루이신커피(瑞幸咖啡, Ruìxìng Kāfēi) 옆에 매너커피(Manner Coffee)가 있고, 길 건너편에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헤이티(喜茶, Xǐchá)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출장 온 분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서울 강남 한 블록에도 카페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면면을 보면 스타벅스, 투썸, 메가커피, 컴포즈, 이디야 정도로 정리됩니다. 같은 한 블록에 다섯 개 브랜드가 들어가 있어도, 모회사를 따라가면 결국 우리가 아는 몇 개 그룹으로 수렴합니다.

중국은 다릅니다.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이 한 골목에 두세 개씩 새로 생깁니다. 그중 일부가 몇 년 만에 매장 수 천 개, 만 개짜리 거대 체인이 됩니다. 매너커피, 루이신, 헤이티, 미쉐빙청 모두 작은 가게 한두 곳에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이 차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구조의 차이입니다.

(일)숫자로 보는 충격

먼저 규모만 짚고 갑니다.

Manner
매너커피
1,000+
2평 가게에서
10년 만에 도달
瑞幸咖啡
Ruìxìng Kāfēi
18,000+
스타벅스 중국
매장의 약 2배
喜茶
Xǐchá / 헤이티
4,000+
10년간 직영, 2022년
가맹 전환 후 폭발
蜜雪冰城 Mìxuě Bīngchéng / 미쉐빙청
35,000+ 매장
맥도날드 중국 전체보다 많고, 스타벅스 중국의 4~5배. 정저우(郑州)의 작은 빙수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루이신커피는 2017년 창업해 2024년 매장 수 1만 8천 개를 넘겼습니다. 같은 시점 스타벅스 중국 매장은 약 7,800개. 후발주자가 원조를 두 배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베이징 시내만 해도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루이신 픽업대가 보입니다.

매너커피는 2015년 상하이 난양루(南阳路, Nányáng Lù) 2평짜리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000개 안팎의 매장을 운영하고, 그중 상당수가 베이징까지 올라왔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메가커피가 약 3,500개 매장. 메가커피가 중국 시장에 있었다면 매장 수 기준 중간 규모도 안 됩니다.

헤이티는 다른 결의 이야기입니다. 2012년 광둥성 강먼(江门, Jiāngmén)이라는 작은 도시의 골목 가게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 이름은 황차(皇茶)였는데, 상표 등록 문제로 2015년 헤이티로 바꿨습니다. 치즈티(芝士茶, zhīshì chá)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만들어낸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10년 동안 직영(直营, zhíyíng) 매장만 고집하다가, 2022년 11월 가맹(加盟, jiāméng)을 열면서 1년 만에 매장 수가 세 배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미쉐빙청. 1997년 정저우(郑州, Zhèngzhōu)에서 학생이었던 장훙차오(张红超)가 빙수 가게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꿀과 눈의 얼음 성"입니다. 빨간 망토 두른 눈사람 마스코트 설왕(雪王, Xuěwáng)이 트레이드마크입니다. 2024년 기준 매장 수 약 3만 5천 개. 위 세 브랜드와 자릿수가 다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베이징 시내에서는 이 브랜드를 찾기가 의외로 어렵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이)공급망(供应链)이 너무 잘 되어 있다

供应链 gōngyìngliàn 공급망

원료부터 포장까지 한 라인으로 묶여 도매 단위로 움직이는 시스템. 중국 음료 시장 폭발의 진짜 엔진입니다.

중국에서 음료 가게를 차리려고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안에 모든 것이 준비됩니다. 컵, 뚜껑, 빨대, 시럽, 차잎, 분말, 기계, 포장재, 영수증 프린터까지 한 도매상에서 묶음으로 조달이 가능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는 뜻입니다. 누구나 브랜드 하나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망할 수 있고, 그래서 끊임없이 새 브랜드가 시도됩니다. 한국에서는 카페 하나 차리려면 머신 한 대 들이는 데부터 머리가 아픕니다.

미쉐빙청의 진짜 비밀은 여기에 있습니다. 미쉐빙청은 음료를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닙니다. 가맹점에 재료를 도매로 공급해서 돈을 버는 회사입니다. 본질은 음료 체인이 아니라 식자재 유통 회사입니다. 4위안짜리 레몬차, 2위안짜리 아이스크림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삼)加盟(가맹) 모델의 속도가 다르다

加盟 jiāméng 가맹, 프랜차이즈 가입

중국에서 가장 흔한 사업 확장 방식. 한국의 가맹사업법에 해당하는 규제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연 수천 매장 단위 확장이 가능합니다.

중국의 가맹 모델은 한국과 속도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은 가맹사업법으로 본사가 가맹점에 정보공개서를 제공해야 하고, 모집 절차도 엄격합니다. 가맹점주를 보호한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1년에 매장 1,000개를 새로 여는 식의 확장은 어렵습니다.

미쉐빙청은 1년에 가맹점을 몇 천 개 단위로 늘립니다. 본사 입장에서는 위험이 낮고, 가맹점주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시작합니다. 망하면 다른 사람이 다음 자리에 들어옵니다. 회전이 빠르고, 그 회전 속에서 살아남은 브랜드가 강해집니다.

헤이티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2012년부터 10년 동안 직영만 운영하며 브랜드를 천천히 쌓았습니다. 매장 수가 늘지 않는 대신 품질을 통제하고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2022년 11월 갑자기 가맹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쌓은 브랜드 자산을 빠른 확장으로 환산하기 시작한 겁니다. 1년 만에 매장이 세 배가 됐습니다.

한국 브랜드는 이 전환을 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한국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 보호가 두텁고, 본사의 일방적 확장 결정에 제동을 거는 장치가 많습니다. 헤이티식 "10년 직영 후 가맹 폭발"은 한국에서 일어나기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사)스마트폰 주문이 매장 구조를 통째로 바꿨다

小程序 xiǎochéngxù 미니프로그램

위챗(微信, Wēixìn) 안에서 돌아가는 경량 앱. 별도 설치 없이 QR을 찍으면 주문, 결제, 적립까지 한 화면에서 끝납니다.

한국 카페는 손님이 들어와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손님이 매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니프로그램으로 주문하고, 결제하고, 픽업합니다.

이게 무슨 차이를 만들까요. 매장에 카운터 직원이 필요 없습니다. 좌석도 거의 필요 없습니다. 매장은 그냥 음료를 만드는 공간만 되면 됩니다. 매너커피의 2평짜리 매장이 작동하는 이유, 루이신이 사무실 빌딩 로비 구석 5평짜리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임대료가 적게 들고 인건비도 적게 듭니다. 그래서 매장이 더 빨리, 더 많이 늘어납니다.

제가 일하는 베이징 사무실 1층 로비에도 점심시간이 되면 루이신 픽업대 앞에 사람이 줄을 섭니다. 카운터에 가서 주문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다들 자기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자기 컵을 찾아갑니다. "您的咖啡好了(Nín de kāfēi hǎo le, 커피 준비됐습니다)"라는 알림이 위챗으로 옵니다.

(오)下沉市场(하침시장)이 진짜 큰 시장이다

下沉市场 xiàchén shìchǎng 하침시장 (3~5선 지방 도시 시장)

중국 비즈니스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 "아래로 가라앉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1선 도시 아래 광범위한 중소도시 시장을 말합니다.

중국에는 1선 도시(베이징, 상하이) 말고 2선, 3선, 4선, 5선 도시가 있습니다. 인구 100만에서 500만 규모의 도시가 수백 개입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청주, 천안, 전주 규모의 도시가 한 나라에 수백 개 있는 셈입니다.

미쉐빙청은 1선 도시가 아니라 이 3~5선 도시에서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안 들어가는 곳, 루이신도 망설이는 곳에 4위안짜리 레몬차로 들어갔습니다. 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의 첫 음료 브랜드가 됐습니다. 그 기반을 가지고 1선 도시까지 역으로 침투했습니다.

반대로 헤이티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1~2선 도시에 집중합니다. 가격대(客单价, kèdānjià)가 25~35위안이라 5선 도시에서는 잘 팔리지 않습니다. 같은 음료 시장 안에서 가격에 따라 완전히 다른 지리적 전략이 작동합니다. 한국에는 이런 시장 자체가 없습니다. 서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지방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올라온다"는 전략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하침시장(下沉市场)은 그 자체로 한국 전체 시장보다 큽니다.

(육)미쉐빙청, 왜 베이징에서는 잘 안 보일까

여기서 짚고 갈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매장이 많은 음료 브랜드는 미쉐빙청입니다. 그런데 베이징에 사는 저도 평소 다니는 동선에서는 미쉐빙청 매장을 거의 못 봅니다. 한국에서 출장 오시는 분들에게도 미쉐빙청 이야기를 하면 "그런 브랜드 본 적 없는데?"라는 답이 종종 돌아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매장이 3만 5천 개나 되는데 왜 안 보일까요. 답은 미쉐빙청의 도시 전략에 있습니다.

본진은 정저우, 중원 지역이다

미쉐빙청 본사는 정저우에 있고, 가장 매장 밀도가 높은 지역은 허난(河南), 산둥(山东), 안후이(安徽), 후베이(湖北) 같은 중원 지역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오히려 후순위 시장입니다. 1선 도시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2020년대 들어서입니다.

1선 도시에서도 "변두리"부터 들어간다

미쉐빙청이 1선 도시에 들어가는 방식은 한국 회사가 "강남 진출"을 목표로 하는 것과 정반대입니다. 강남을 피해 강북, 은평, 노원 같은 외곽 주거지부터 들어가는 식입니다. 4위안짜리 레몬차의 타깃은 CBD에서 일하는 사무직이 아니라, 학교 앞·지하철역 외곽·주거지 골목을 지나는 학생과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입니다.

주재원·출장자 동선의 함정

베이징에 사는 한국인 주재원이나 출장자의 동선은 보통 정해져 있습니다. 궈마오(国贸) 사무지구, 싼리툰(三里屯, Sānlǐtún) 같은 외국인 밀집 지역, 왕징(望京, Wàngjīng) 한인 타운, 호텔, 공항. 미쉐빙청은 이 동선에 거의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베이징대(北大) 청화대(清华) 근처 학원가, 지하철 5호선·10호선 외곽 정거장, 차오양구(朝阳区) 안쪽 골목, 펑타이구(丰台区) 주거지로 가면 빨간 망토 눈사람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베이징에 살아도 그 동선을 안 다니면 미쉐빙청은 평생 못 만날 수도 있습니다.

현장 관찰

미쉐빙청 매장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가 그 지역의 경제 동선을 알려주는 신호 같은 역할을 합니다. 빨간 망토 눈사람 마스코트(雪王)가 보인다면 거기는 학생과 일반 시민의 일상 동선이고, 보이지 않는다면 거기는 사무직과 외국인의 동선입니다. 베이징에 사는 저도 평소에는 이 신호를 거의 안 보고 살고 있는 셈입니다.

(칠)네 브랜드, 네 가지 다른 성공 공식

매너커피, 루이신, 헤이티, 미쉐빙청은 모두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지만 푸는 공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매너커피
Manner Coffee

작은 매장 × 많은 매장 × 디지털 주문. 상하이 난양루 2평 가게로 시작. 카운터 없이 만들어 내보내는 구조. 글로벌 VC 자본으로 확장.

루이신커피
瑞幸咖啡 (Ruìxìng)

처음부터 "테크 회사가 운영하는 픽업 포인트"로 설계. 회계 부정으로 한 번 무너졌으나 자본과 시스템이 살아 있어 부활. 9.9위안 가격 전쟁의 주역.

헤이티
喜茶 (Xǐchá)

치즈티(芝士茶) 카테고리 자체를 창조. 10년간 직영(直营)만 고집하다 2022년 가맹(加盟) 전환하며 폭발적 확장. 프리미엄 1~2선 도시 집중.

미쉐빙청
蜜雪冰城 (Mìxuě Bīngchéng)

가맹점에 재료 도매로 파는 식자재 유통 회사. 4위안 레몬차로 하침시장 점령 후 1선 도시 변두리로 역침투. 매장 수 3만 5천 개 돌파.

매너커피의 시작점은 상하이 난양루 2평 가게였지만, 매장이 베이징까지 올라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작은 매장 × 많은 매장 × 디지털 주문'이라는 공식을 풀고 있었던 겁니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도시를 가로지르며 복사 붙여넣기가 가능한 구조였기 때문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습니다.

루이신은 더 노골적입니다. 2017년 창업 후 2년 만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2020년 회계 부정 스캔들로 상장 폐지됐지만, 매장 시스템과 미니프로그램 인프라가 그대로 살아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카페 체인이었다면 거기서 끝났을 텐데, 루이신은 "음료를 파는 테크 회사"였기 때문에 다시 일어났습니다. 2024년에는 스타벅스 중국 매장의 두 배가 됐습니다.

헤이티는 또 다른 게임이었습니다. 광둥 작은 도시 골목에서 시작해 10년간 천천히 쌓은 뒤, 마지막에 가맹을 열어 단숨에 폭발한 케이스입니다. 치즈티라는 새 카테고리가 없었다면 헤이티는 그냥 한 동네 차 가게로 끝났을 겁니다.

미쉐빙청은 음료 회사가 아닙니다. 가맹점에 재료를 도매로 공급해서 돈을 버는 식자재 유통 회사입니다. 그래서 매장 수가 폭발해도 본사는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4위안짜리 레몬차의 마진은 매장이 갖고, 도매 공급의 마진은 본사가 갖습니다.

(팔)자본이 음료 시장에 들어왔다

新消费 xīnxiāofèi 신소비

2018~2021년 중국 VC 시장의 핵심 키워드. 식음료,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서 매너커피, 헤이티 같은 브랜드가 단숨에 커졌습니다.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중국에서는 신소비(新消费)라는 키워드로 거대한 VC 자본이 F&B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매너커피는 Today Capital, Coatue, Temasek 같은 글로벌 펀드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헤이티는 세콰이어차이나(红杉中国), 텐센트(腾讯)의 투자를 받으며 단숨에 평가액 600억 위안을 넘겼습니다. 루이신은 상장과 회계 부정과 재기까지 자본 시장의 풀 코스를 거쳤습니다.

나이쉐더차(奈雪的茶, Nàixuě de Chá), 차옌위에써(茶颜悦色, Cháyán Yuèsè), 바왕차지(霸王茶姬, Bàwáng Chájī)도 모두 이런 자본의 힘으로 컸습니다. 한국 VC는 F&B 체인에 이 정도 규모로 베팅하지 않습니다. 시장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구)9块9 전쟁과 内卷

内卷 nèijuǎn 내권, 내부 소모전

중국 인터넷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사회 키워드. "안에서 서로 갈아 넣는다"는 뜻으로, 9.9위안 커피 전쟁이 가장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루이신과 쿠디커피(库迪, Kùdí)가 아메리카노를 9.9위안(9块9, jiǔ kuài jiǔ, 약 1,900원)에 파는 가격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스타벅스 중국까지 가격을 내려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가격 경쟁입니다.

쿠디커피는 루이신 창업자 루정야오(陆正耀)가 회계 부정 사건으로 루이신에서 쫓겨난 뒤 새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자기가 키워서 빼앗긴 회사와 똑같은 시장에서 똑같은 무기로 싸우는, 중국에서나 가능한 드라마틱한 상황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위에서 말한 모든 구조가 합쳐졌기 때문입니다. 공급망이 싸고, 매장이 작고, 사람이 적고, 디지털 주문으로 회전율이 높고, 가맹점이 많아 본사가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이 상황을 내권(内卷)이라고 부릅니다. 안에서 서로 갈아 넣는다는 뜻입니다. 살아남는 브랜드는 강해지고, 도태되는 브랜드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옵니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고, 사업자에게는 잔혹한 일이고, 시장 전체로 보면 끊임없이 새 가게가 솟아나는 풍경이 됩니다.

(십)한국은 왜 이런 그림이 안 나올까

한 줄로 정리하면, 한국은 모든 조건이 반대입니다. 표로 정리하면 차이가 더 분명합니다.

구분 중국 (中国) 한국 (韩国)
시장 규모 14억 인구, 다층 도시 구조 5천만, 수도권 집중
공급망 (供应链) 통합·표준화·도매 분산, 개별 협상
가맹 (加盟) 속도 연 수천 매장 가능 법적 절차로 점진적
매장 모델 작은 매장 + 디지털 주문 카운터·좌석 중심
자본 유입 VC가 F&B에 적극 베팅 F&B에 보수적
진입 경로 下沉市场에서 역침투 가능 서울 위주, 역침투 어려움
최저 가격대 2~10위안 가능 2,000원이 사실상 하한

이게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국 카페 시장이 안정적이고 품질이 균일한 것도 이 구조 덕분입니다. 다만 매너커피나 헤이티, 미쉐빙청 같은 브랜드가 한국에서 나오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拾壹(십일)한국 독자에게 시사점

중국 음료 시장의 폭발은 두 가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는, 시장이 충분히 크고 공급망이 충분히 받쳐주면 작은 가게가 거대 체인이 되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길이 열려 있다고 해도 살아남는 건 극소수라는 것입니다. 매년 수천 개의 음료 브랜드가 생기고 사라집니다.

중국 출장에서 "이 브랜드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지?" 싶은 가게를 보신다면, 그게 바로 내권(内卷)의 결과물입니다. 살아남은 한 명의 뒤에는 사라진 천 명이 있습니다. 그 사라진 천 명의 시도가 시장 전체를 점점 더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한국에서는 그 시도 자체가 처음부터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이고요.

한국 시장은 안정성을 얻은 대신 폭발성을 잃었고, 중국 시장은 폭발성을 얻은 대신 매년 수천 개의 가게가 갈려나가는 잔혹함을 떠안았습니다. 둘 다 그 사회가 선택한 비용입니다.

다음에 베이징에 오시는 분들에게 한 가지 권해 드립니다. 궈마오나 싼리툰에서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만 외곽으로 나가보십시오. 그러면 빨간 망토 눈사람(雪王)이 반드시 보일 겁니다. 그 눈사람이 보이는 순간이 바로 베이징 일상 동선의 진짜 풍경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같은 도시 안에 두 개의 다른 세계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글에서 다뤄보면 좋을 연계 주제들
  • 미쉐빙청(蜜雪冰城)이 음료 체인이 아니라 식자재 유통 회사인 진짜 이유: 가맹 사업 구조 해부
  • 헤이티(喜茶)가 10년 직영을 버리고 가맹을 연 결정: 무엇이 바뀌었는가
  • 치즈티(芝士茶)는 어떻게 중국 차 시장의 판을 바꿨나: 헤이티 vs 나이쉐더차의 카테고리 전쟁
  • 루이신(瑞幸) 회계 부정 사건과 부활: 자본 시장이 어떻게 한 번 망한 회사를 살렸나
  • 쿠디커피(库迪)와 루이신의 창업자 복수극: 자기가 키운 회사와 똑같은 무기로 싸우는 법
  • 차옌위에써(茶颜悦色)는 왜 창사(长沙, Chángshā)에서만 잘 되는가: 지역 한정 전략의 힘
  • 바왕차지(霸王茶姬)는 어떻게 미국 나스닥까지 갔는가
  • 회계용 갖은자(壹贰叁肆) 이야기: 위조 방지로 태어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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