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가 떠나는 자리, 중국의 영상 AI는 폭발한다
시안(西安) 발표장에서의 1인칭 충격, 그리고 2년 뒤 베이징에서 보는 정반대 풍경
중국 AI
영상 생성 AI
베이징 주재원 시점
반도체·스토리지 관점
같은 기술이 어느 토양에 심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요즘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Sora가 4월 26일 자로 문을 닫는 동안, 중국에서는 영상 생성 AI 모델 네 개가 "누가 먼저 3.0으로 가는가"를 두고 치열한 업그레이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안 연구소 회의실, 그날의 충격
2024년 봄이었을 겁니다. OpenAI가 Sora를 처음 프리뷰로 공개했을 때, 저는 시연 영상 한 편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이게 정말 AI가 만든 영상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날의 충격이 너무 커서, 평소 같으면 텍스트 자료와 그래프만 들고 가던 시안(西安) 연구소 기술 교류회에 저는 이례적으로 Sora 시연 영상 자료를 직접 들고 가서 발표를 했습니다.
회의실 스크린에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분위기가 조용해졌습니다. 중국 동료들도 이미 Sora의 존재는 알고 있었는데, 다시 봐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영상 생성 AI라는 게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콘텐츠 산업 자체를 다시 쓸 무언가가 될 거라고 느꼈습니다.
2년 뒤, 두 번째 충격. Sora가 사라진다
그런데 그 충격으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6년 3월 24일, OpenAI는 Sora 서비스 종료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발표 한 달 뒤인 4월 26일에는 앱이 실제로 종료됐고, API는 9월 24일 닫힐 예정입니다. 제 주재원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제가 그렇게 충격받아서 들고 다녔던 그 서비스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또 한 번 멍해졌습니다. 첫 번째는 기술 충격이었고, 두 번째는 허무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됐는지 들여다보면서 세 번째 감정이 따라왔는데, 그게 "당연했나 보다"라는 일종의 납득이었습니다.
DAILY COMPUTE
하루 약 $1M
영상 생성에 들어간 일일 컴퓨트 비용 (WSJ 보도)
USER PEAK → DROP
100만 → 50만 미만
앱 출시 후 약 6개월 만에 활성 사용자가 절반 이하로 감소
CUMULATIVE REVENUE
약 $210만
앱 전체 생애 인앱 결제 매출 추정치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하루 10억 원 가까이 태우는데, 누적 매출이 28억 원 남짓. 이 정도면 단순한 적자가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가 깨진 그림입니다. OpenAI는 결국 컴퓨트를 코딩 도구, 엔터프라이즈 제품, 그리고 로보틱스를 위한 월드 시뮬레이션 연구 쪽으로 재배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Disney가 약속했던 $10억 협업도 함께 무산됐습니다.
중요한 건 이게 "AI 영상이 망했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범용 소비자용 AI 영상의 단독 비즈니스 모델이 깨졌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베이징에서 보는 정반대 풍경
재미있는 건, 같은 시기에 제가 베이징에서 매일 보고 있는 풍경은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중국 빅테크 4사의 영상 생성 AI는 단순히 살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최근 6~12개월 사이에 모델 버전이 2.x에서 3.0으로 한 단계씩 뛰는 업그레이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CN · Kuaishou
Kling (可灵)
2024.6 첫 출시 · 2.6 (2025.12) · 3.0 (2026.1)
중국 영상 AI를 처음으로 글로벌에 알린 모델. 2.6 버전에서 오디오·영상 동시 생성 도입, 3.0 버전은 다중 샷 시퀀스로 진화. 누적 영상 생성 약 1.68억 건.
CN · Tencent
Hunyuan Video (混元)
2024.12 오픈소스 공개
출시 시점 기준 가장 큰 오픈소스 영상 모델(13B 파라미터). 위챗 생태계 결합 가능성과 함께, 자체 인프라 위에서 운영되는 점이 특징.
CN · Alibaba
Wan (万相)
오픈소스 · 2.x 시리즈 지속 업그레이드
VBench(영상 생성 평가) 리더보드에서 오픈소스 최상위. 타오바오 광고·쇼핑 영상과 결합되는 그림. 개발자 진영 친화적.
CN · ByteDance
Seedance (Seed 팀)
Seedance 2.0 (2026.2.12)
CapCut과 Dreamina(중국 即梦)에 통합되어 사실상 가장 많은 일반 사용자가 만지는 모델. 광고·크리에이터 제작 워크플로우와 직결.
리스트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진영에서 대표 서비스가 접히는 사이, 중국에서는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네 개의 메이저 플레이어가 동시에 경쟁하고 있고, 그 경쟁이 시장에서 실제 가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SIGNAL
영상 AI를 가장 먼저 글로벌에 알린 콰이쇼우(快手)의 주가는 지난 1년간 약 88% 상승했습니다 (Bloomberg 보도, 2026년 초 기준). 같은 카테고리에서 한쪽 회사는 서비스를 접고, 다른 한쪽 회사는 시가총액이 두 배 가까이 오릅니다. 이 격차가 "지금 중국이 영상으로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줄입니다.
중국이 영상으로 돈을 잘 버는 이유
왜 중국에서는 영상 AI가 살아남고, 오히려 가속되고 있을까요? 제가 베이징에서 관찰한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핵심 통찰
중국에서 영상 AI는 처음부터 "재미로 쓰는 도구"가 아니라 "광고와 커머스의 무기"였습니다.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토양이 이미 깔려 있습니다.
거대 숏폼 생태계. Douyin(抖音), Kuaishou(快手), Xiaohongshu(小红书)가 이미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매일 돌리고 있습니다.
광고가 곧 영상. AI 광고, AI 쇼핑 영상, AI 라이브커머스가 곧장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제작 자동화의 즉시 수요. 기존 MCN, 광고 제작, 자막, 번역 등 사람이 하던 일이 빠르게 AI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 크리에이터의 등장. 모델·연기자 없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계정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Sora가 "혼자서 영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앱"이었다면, 중국 영상 AI는 "이미 돈을 벌고 있는 플랫폼의 엔진"입니다. 이 구조 차이가 두 진영의 운명을 가른 핵심이라고 저는 봅니다.
진짜 싸움은 모델이 아니라 인프라
중국 빅테크들의 최근 발표와 공개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화두는 더 이상 "어떤 모델이 성능이 좋은가"가 아닙니다.
"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영상을 뽑아낼 수 있을까".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미 인프라 효율 쪽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모델 자체의 화질·길이·해상도 경쟁은 어느 정도 평준화 단계에 들어섰고, 그다음 단계인 "서비스로 운영했을 때 단위 영상당 비용을 누가 더 낮추는가"가 진짜 승부처가 되고 있습니다. Sora가 "하루 $1M 컴퓨트"에서 무너졌다는 것이 바로 이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보는 그림
여기서 제 본업 관점을 잠깐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영상 생성 AI는 텍스트 AI와는 데이터 부담의 차원이 다릅니다.
STORAGE PERSPECTIVE
Video AI 경쟁은 GPU 싸움이 아니라 스토리지·트래픽 싸움입니다
텍스트 AI가 토큰 한 줄을 다룬다면, 영상 AI는 한 번 생성할 때마다 이미지 수십에서 수백 장 분량의 중간 결과물을 다뤄야 합니다. 매 단계마다 캐시에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결과물을 저장·배포하는 과정도 단계가 많습니다.
• 학습 단계: 대용량 영상 데이터셋 로딩
• 추론 단계: 프레임 단위 Intermediate Cache
• 서빙 단계: Object Storage + CDN 배포
• 결과: 고성능 SSD와 대용량 AI 스토리지 수요가 함께 따라 올라감
그래서 업계 사람들이 요즘 "Video AI 시대에는 GPU만큼 스토리지·네트워크가 병목이 될 거"라고 자주 말합니다. AI 인프라 시장의 다음 챕터는 분명히 이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Sora의 종료 이유 1순위가 컴퓨트·운영 비용이었다는 점도 같은 결을 보여줍니다.
마치며. 두 풍경을 동시에 보는 자리에서
다시 시안의 그 발표 장면으로 돌아가 보면, 그때 저는 Sora를 "미래"로 소개했습니다. 그 미래가 2년 만에 한쪽에서는 접히고, 다른 쪽에서는 4사가 동시에 업그레이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단순한 서비스 하나의 흥망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같은 기술이 어느 토양에 심기느냐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갈립니다. AI 영상 시장은 이제 하나의 글로벌 트렌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 위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진화하는 두 개의 풍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한국 엔지니어로서, 이 두 풍경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운이 좋다고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시안의 그 회의실에서 Sora 영상을 처음 돌렸을 때의 그 술렁임. 다음번 그 술렁임은 어느 진영의 어떤 영상이 만들어낼지, 저도 매일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출처 메모. Sora 관련 수치(일일 컴퓨트 비용·사용자 추이·누적 매출)는 Wall Street Journal·TechCrunch·CNN 보도 인용. 종료 일정은 OpenAI 공식 안내(앱 2026.4.26, API 2026.9.24)에 따름. 콰이쇼우 주가 상승률은 Bloomberg 2026년 1월 보도. 중국 모델 출시 시점은 각 회사의 공식 발표 및 공개 문서 기준입니다.
NEXT TOPICS
다음 글에서 다뤄보면 좋을 연계 주제들
1. CapCut과 Dreamina(即梦), 중국 AI 영상이 사용자에게 닿는 진짜 경로
Seedance 같은 모델이 결국 어떤 앱을 통해 일반 사용자 손에 들어가는지 살펴보면, "중국이 영상으로 돈 버는 구조"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모델보다 유통 채널이 무기라는 관점.
2. 영상 생성 AI가 만든 새로운 스토리지 수요. HBM 다음은 SSD인가
텍스트 시대에는 HBM이 주역이었다면, 영상 시대에는 어떤 메모리·스토리지가 병목이 될까. 본업과 가장 가까운 주제이고, 한국 메모리 업계 독자들에게도 잘 닿을 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콰이쇼우 주가는 왜 88% 올랐나. AI 영상이 광고 ARPU를 끌어올리는 구조
"AI 모델 발표 = 주가 상승"의 단순 도식이 아니라, 광고 단가·체류 시간·크리에이터 생산성이 어떻게 연결되어 시가총액으로 환산되는지 풀어볼 만한 주제입니다.
4. Sora가 못 한 일을 Dreamina는 어떻게 하나. B2C vs 플랫폼 임베드 전략 비교
독립 앱으로 돈을 벌려 한 Sora와, 거대 플랫폼의 한 기능으로 들어간 중국 영상 AI. 같은 기술이 다른 비즈니스 모델 위에 올라갔을 때 운명이 어떻게 갈리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 스터디.
5. AI 영상 시대의 CDN과 Object Storage. 누가 그림자 수혜자인가
GPU 회사들만 주목받고 있지만, 영상 생성이 늘면 진짜로 부담이 가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중국 클라우드(Alibaba Cloud·Tencent Cloud) 인프라 측면에서 본 영상 AI 시대의 인프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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