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중국 본토의 정부 기관과 국유기업 데이터센터를 들여다보면 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Intel이 빠지고 쿤펑(鲲鹏)·하이광(海光)·페이텅(飞腾)이 들어옵니다. Windows 대신 카이린(Kylin)·UOS가 자리잡습니다. Oracle 데이터베이스가 빠진 자리에 다멍(达梦)·거우(GaussDB)가 채워집니다. Microsoft Office 대신 WPS가 깔립니다. 단순한 제품 교체가 아닙니다. 국가 차원에서 IT 스택의 모든 층위를 국산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흐름의 이름이 바로 신촹(信创, Xinchuang)입니다. 정식 명칭은 "정보기술 응용 혁신 산업(信息技术应用创新产业)"으로, 외산 IT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적이고 통제 가능한 I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중국의 국가 전략입니다.
신촹은 2016년 공업정보화부(工信部)가 주도해 결성한 "정보기술 응용 혁신 공작위원회(信息技术应用创新工作委员会)"의 약칭에서 나왔습니다. 공식 영문 표기는 Information Technology Application Innovation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외국 IT 기술의 국산 대체(国产替代)"를 목표로 합니다.
대상 영역은 명확합니다. IT 인프라의 가장 밑바닥인 반도체 칩에서부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같은 하드웨어, 운영체제·데이터베이스·미들웨어 같은 기초 소프트웨어, ERP·OA·BI 같은 응용 소프트웨어, 그리고 정보 보안 솔루션까지 IT 시스템의 모든 층위를 포함합니다.
중국어 "信"은 정보(信息)의 첫 글자이고, "创"은 창신(创新, 혁신)에서 따왔습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信任(신뢰)+创新(혁신)"이라는 이중 의미로 풀이되기도 합니다. 외국산 IT에 대한 불신을 자국산 혁신으로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신촹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발표된 「국가 중장기 과학기술 발전 계획 강요(2006-2020)」에 가닿습니다. 그 시기 중국 정부는 이미 IBM, Oracle, EMC가 자국 IT 인프라의 8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去IOE 운동(IBM·Oracle·EMC 제거 운동)"이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시작된 것도 이 무렵입니다.
그러나 신촹이 본격적인 국가 전략으로 격상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화웨이 제재, 그리고 2019년 화웨이를 시작으로 SMIC, ZTE, Loongson, Phytium, 하이크비전 등 수백 개 중국 기업이 줄줄이 엔티티 리스트에 오르면서 중국 정부는 깨달았습니다. 핵심 IT 인프라가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 어떤 기술 봉쇄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2020년 7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첫 번째 신촹 시범 사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만들어진 "신촹 백명단(白名单)" 제도는 1,800개 이상의 중국 IT 공급사를 비공개로 심사·인증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습니다. 즉, 정부가 직접 "이 회사들 제품을 써라"라고 지정하는 사실상의 국가 조달 우선 명단인 셈입니다.
- OA·메일·문서관리 등 사무 시스템 — 전면 교체 (应替尽替)
- HR·재무·CRM·ERP·리스크 관리 등 경영관리 시스템 — 가능 영역 우선 교체
- 생산제조·R&D 시스템 — 점진적 교체 (能替则替)
- 서버·네트워크·CPU·OS 등 인프라 — 2027년까지 100% 국산화
79호 문건의 의미는 단순히 시한을 제시했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문건은 "분기별 외산 SW 사용 현황 보고 의무"를 부과해, 중앙기업과 국유기업이 어떤 외산 제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매분기 정부에 제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외산 IT 자산의 국가 단위 가시화(可视化)가 시작된 것입니다.
신촹은 처음부터 모든 산업을 한꺼번에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영리하게 단계적 침투 전략을 설계했고, 이를 "2+8+N"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정부 기관과 국유기업이 가장 먼저 신촹 제품을 도입했습니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제품을 다듬고 골간(骨干) 기업을 키우는 "교육의 장" 역할을 했습니다. 2025년 시점에서 당·정 시스템 신촹 도입률은 약 60%, 목표는 80%입니다.
금융·통신·전력·석유·교통·항공우주·교육·의료.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8개 핵심 산업으로 신촹이 확장되는 단계입니다. 금융권 도입률 약 30%, 통신 약 19%, 전력·교통 등은 분기별 단계적 교체가 진행 중입니다.
자동차 제조, 물류, 첨단 제조, 그리고 민영 대기업으로 신촹이 확장되는 단계입니다. 2025년 기준 "N"류 산업의 신촹 점유율은 약 14%로, 정책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신촹이 "Made in China"의 다른 이름이 아닌 이유는, 단순히 완성품 하나를 국산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IT 시스템의 모든 층위를 동시에 갈아끼우려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음 표는 외산 제품과 그를 대체하려는 중국 국산 제품의 대조표입니다.
| 층위 | 외산 (대체 대상) | → | 중국 국산 (신촹 후보) |
|---|---|---|---|
| CPU | Intel Xeon, AMD EPYC, ARM | ⇨ | 화웨이 쿤펑(鲲鹏) · 하이광(海光) · 페이텅(飞腾) · 룽신(龙芯) · 자오신(兆芯) · 션웨이(申威) |
| GPU / AI 가속기 | NVIDIA H100/A100 | ⇨ | 화웨이 어센드(昇腾) · 캄브리콘(寒武纪) · 비런(壁仞) · 무어 스레드(摩尔线程) |
| 서버 | Dell, HPE, Lenovo(외산 OS 탑재) | ⇨ | 인스퍼(浪潮) · H3C · 화웨이 타이샨(TaiShan) · 셔지(曙光) |
| 운영체제 | Windows Server, RHEL, Ubuntu | ⇨ | 카이린(Kylin) · UOS(통신 UOS) · 오일러(openEuler) · 어니언(欧拉) |
| 데이터베이스 | Oracle, IBM Db2, Microsoft SQL Server | ⇨ | 다멍(达梦, DM8) · 화웨이 가우스DB(GaussDB) · 오션베이스(OceanBase) · 폴라DB · TDSQL |
| 미들웨어 | IBM WebSphere, Oracle WebLogic | ⇨ | 둥팡퉁(东方通, TongTech) · 진창(金仓) · 바오란더(宝兰德) |
| 사무 SW | Microsoft Office 365 | ⇨ | WPS Office(킹소프트) · 융중(永中) · 융유(用友) |
| ERP / BI | SAP, Oracle, Tableau, Power BI | ⇨ | 융유 NC · 진뎨(金蝶) · FineBI · FineReport |
| 클라우드 | AWS, Azure, GCP | ⇨ | 알리윈(阿里云) · 화웨이 클라우드 · 텐센트 클라우드 · 톈이윈(天翼云) |
| 정보 보안 | Symantec, Cisco, Fortinet | ⇨ | 치안신(奇安信) · 360 · 산쥬(深信服) · 톈룽(天融信) |
위 표가 보여주는 핵심은 "선택지가 충분히 갖추어졌다"는 사실입니다. 2020년만 해도 주요 영역에서 국산 대체재를 찾기 어려웠지만, 2026년 시점에서는 모든 IT 스택의 모든 층위에 적어도 두세 개의 국산 후보가 존재합니다. "쓸 수 없어서" 못 바꾸는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잘 쓸 수 있느냐"의 문제로 옮겨갔습니다.
중국 정부는 신촹 추진을 위해 의도적으로 "4대 기업군"을 양성해왔습니다. 화웨이계, 중국전자(CEC)계, 중국전자과기집단(CETC)계, 그리고 중국과학원계입니다. 각 기업군이 자신만의 풀스택 신촹 솔루션을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CPU(쿤펑) + AI 가속기(어센드) + OS(오일러/openEuler) + DB(가우스DB)로 이어지는 완전 풀스택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군입니다. 미국 제재가 가장 거셌던 만큼, 그에 대응한 수직 통합도 가장 깊습니다. 정부·통신·전력 등 핵심 산업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습니다.
페이텅(Phytium, 飞腾) CPU + 카이린(Kylin) OS + 보안 솔루션을 묶은 "PKS 체계"가 핵심입니다. 페이텅 CPU와 카이린 OS의 조합은 정부·국방 부문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79호 문건 추진의 가장 큰 수혜 그룹 중 하나입니다.
룽신(Loongson, 龙芯)이 대표 주자입니다. 자체 명령어 셋 아키텍처인 LoongArch를 개발해 ARM·x86 라이선스 의존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이광(海光)은 AMD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C86 노선으로 호환성과 성능을 모두 확보, 신촹 칩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의 다멍(达梦), 오피스의 킹소프트(WPS), 운영체제의 통신 UOS, 미들웨어의 둥팡퉁(东方通)이 주요 플레이어입니다. 다멍 DB는 국가 암호 관리국 인증을 받은 다중 보안 모델로 금융권 진입에 성공했고, WPS는 정부와 금융 시장에서 Office 365의 자리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금융권 PC 단말의 100% 국산화입니다. 2023년에 이미 달성된 이 수치는, 신촹이 단순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산업 운동임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다만 금융권의 "핵심 업무 시스템"(코어 뱅킹, 결제 시스템 등)은 아직 30% 수준으로, 단말과 핵심 시스템 사이의 갭이 신촹의 다음 전선이 될 것입니다.
2020년대 초반의 신촹은 "안전하고 쓸 수 있다(安全可用)"가 표어였습니다. 그러나 시장 경쟁 단계로 진입한 지금, 이 표어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불가능합니다. "잘 쓰고 편하게 쓴다(好用易用)"가 새로운 경쟁 축이 되었습니다. 성능, 호환성, 마이그레이션 비용에서 외산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면 N류 산업으로의 확장은 어렵습니다.
4대 기업군이 각자 풀스택을 만들면서, 동시에 "기술 노선의 파편화"라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화웨이 어센드용으로 최적화된 AI 코드가 캄브리콘에서는 안 돌아가고, 페이텅용 카이린 OS와 룽신용 카이린 OS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CSDN의 한 기술 전문가는 "단품 추격(单品追赶)에서 시스템 선도(系统领先)로 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2023년 45만 명 부족이었던 신촹 인재 갭은 2025년 80만 명으로 확대됐습니다. 룽신 LoongArch 같은 자체 아키텍처에 능숙한 엔지니어, 다멍 DB 같은 국산 DB의 튜닝 노하우를 가진 DBA, 카이린 OS의 시스템 프로그래머 — 모두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산업 전환 속도를 인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신촹 시장의 70% 이상이 여전히 정부·국유기업 조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중국 신촹 연맹 비서장 장융(张勇)은 "향후 2년간 신촹 산업은 정책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보호된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신촹은 중국 내부의 산업 정책처럼 보이지만, 그 영향은 결코 중국 안에 머물지 않습니다. 미국 US-China Business Council은 2024년 보고서에서 "신촹과 그에 동반된 정책들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① 중국 시장 접근의 제도적 차단.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한국 SI 기업의 솔루션,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서비스 모두 신촹 백명단에 들지 못하면 중국 정부·국유기업 시장에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해집니다.
② 글로벌 IT 표준의 분기. 카이린 OS, LoongArch CPU, 다멍 DB로 구성된 "신촹 표준"이 ASEAN,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시장으로 확산되면, 한국 IT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 가지 표준에 동시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③ 반도체 공급망 재편 가속. 신촹이 가속화될수록 중국은 자국 파운드리(SMIC)·메모리(YMTC)·EDA 도구 자립을 더 빠르게 추진할 것이고, 이는 한국의 메모리·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과 장기 R&D 전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④ "기술 주권"이라는 새 어휘의 한국화. 신촹은 "왜 우리도 핵심 IT 인프라를 자국 기술로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국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던지고 있습니다. 동수서산이 한국 데이터센터 정책에 영감을 주었듯이, 신촹은 한국의 SW 자주·OS 자주 논의에 새로운 참고점이 되고 있습니다.
2027년이 다가오면서 79호 문건이 정한 시한, "중앙기업·국유기업의 IT 시스템 100% 국산 교체"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2027년이 신촹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2027년 이후의 신촹은 정부 조달 시장을 넘어 민영 대기업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화웨이 클라우드는 이미 동남아·중동에서 AWS·Azure와 경쟁하고 있고, WPS Office는 60여 개국에 진출했습니다. 신촹 표준은 단지 중국 안의 표준이 아니라 "미국 표준의 대안"으로 자리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동수서산이 데이터의 물리적 이동을 다룬 인프라 정책이었다면, 신촹은 디지털 주권의 정신적 토대를 다루는 산업 정책입니다. 한 시대가 정부의 강제력으로 시작했다가 다음 시대에 시장의 자율 동력으로 옮겨가는, 그 미묘한 전환의 한가운데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한국 IT 산업, 그리고 글로벌 기술 생태계 모두에게 신촹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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