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 위에서 돌아간다는 건 업계에서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도체 쪽에 있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그 규모를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남의 클라우드를 빌려 쓰던 회사가 이제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나섰는데, 그 크기가 제 예상을 한참 넘어서 있었습니다. 왜 스스로 삽을 들었는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10년 동맹이 어떻게 흔들렸는지를 메모리 공급망 안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S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은 중국 현지에 나와 있습니다. OpenAI가 데이터센터를 키운다는 사실 자체는 누구나 압니다. 다만 저처럼 메모리를 만드는 쪽에서는 같은 뉴스가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건 결국 그 안을 채울 메모리와 스토리지를 누군가는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고, 그 누군가의 명단 맨 앞에 우리 회사 이름이 올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규모 숫자를 직접 확인했을 때 더 실감이 났습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짚겠습니다.
OpenAI는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이후 거의 모든 AI 작업을 Azure 클라우드 위에서 돌려 왔습니다. 그러다 2025년 들어 Oracle, CoreWeave, Crusoe 같은 데이터센터 개발사들과 손을 잡았고,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체 건설(self-build)에 들어갔습니다. 핵심은 남의 인프라를 '빌려 쓰던' 회사가 직접 '짓는' 회사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OpenAI 데이터센터 책임자 크리스 말론(Chris Malone)은 한 업계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직접 짓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는 메타와 구글의 데이터센터 팀을 거친 인물입니다. 정책 책임자 크리스 르헤인(Chris Lehane) 역시 미국 중서부와 남서부에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짓겠다고 언급했습니다. 회사가 데이터센터 인력을 본격적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한 게 2024년 말부터이니,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1년 넘게 준비해 온 방향 전환입니다.
흥미로운 건 설계 철학까지 바꾸려 한다는 점입니다. 말론은 수십 년간 데이터센터 표준이었던 19인치 랙 규격조차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자기네 AI 워크로드에 맞춰 전력, 냉각, 랙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짜겠다는 뜻입니다. 남이 지어 준 집을 빌려 쓰는 단계를 넘어, 집 설계도를 직접 그리는 단계로 올라선 셈입니다.
와트 단위로 따져 보면 그림이 선명해집니다. 핵심은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입니다. OpenAI, Oracle, 소프트뱅크가 함께 만든 이 AI 인프라 사업은 5천억 달러 투자에 약 10기가와트(GW) 규모를 목표로 합니다. 미국 내 7개 부지가 모두 공사에 들어갔고, 텍사스 애빌린의 플래그십 부지는 이미 약 0.6GW가 가동 중이며 1.2GW까지 확장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왜 평수가 아니라 전력으로 크기를 말할까요.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기가 곧 성능이자 한계입니다. GPU 수만 장을 동시에 돌리려면 어마어마한 전력이 필요하고, 그만한 전기를 끌어올 수 있느냐가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느냐를 결정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건물 면적이나 서버 대수가 아니라 전력(와트)으로 규모를 표현합니다.
1기가와트(GW)는 1,000메가와트(MW)입니다. 감을 잡자면,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가 만들어 내는 전력이 대략 1GW입니다. 발전소 한 기를 통째로 데이터센터 하나에 물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웬만한 중소 도시 전체가 쓰는 전기와 맞먹는 양입니다.
예전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 드러납니다. 과거 일반 기업용 데이터센터는 수 메가와트에서 수십 메가와트면 큰 축이었습니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에서 기가와트로 뛰어, 한 자릿수가 아니라 열 배에서 수십 배 커진 셈입니다. OpenAI가 목표로 하는 10GW는 원전 10기 분량, 곧 전기와 냉각이 진짜 병목이 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스타게이트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OpenAI가 칩 공급사들과 따로 묶은 컴퓨팅 확보량을 더하면 숫자가 훨씬 커집니다. 엔비디아와는 최소 10GW 규모의 시스템 배치에 합의했고, 엔비디아는 그 대가로 OpenAI에 최대 1천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AMD의 Instinct GPU로 최소 6GW, 그리고 브로드컴(Broadcom)과 공동 개발하는 자체 설계 가속기로 또 10GW를 확보했습니다. 이 셋만 합쳐도 약 26GW입니다.
돈으로 보면 더 비현실적입니다. 샘 올트먼(Sam Altman)은 스타게이트와 각종 클라우드 약정을 모두 합치면 약 1조 4천억 달러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본인 입으로 "지금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고 인정한 액수입니다. 한 회사가 컴퓨팅 인프라에 거는 베팅으로는 인류 역사상 본 적 없는 규모입니다.
CSP가 뭔가요? Cloud Service Provider, 즉 클라우드 사업자입니다.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 구글 클라우드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지어 놓고 컴퓨팅 자원을 수많은 기업에 빌려줍니다.
스타게이트는요? OpenAI가 주도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2025년 1월 백악관에서 발표됐고, 이름은 SF 영화에서 따왔습니다.
여기는 조금 미묘합니다. 용량 숫자만 놓고 보면 이미 하이퍼스케일러급이 맞습니다. 26GW라는 수치는 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수년에 걸쳐 쌓아 온 인프라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습니다.
다만 성격이 다릅니다. AWS와 Azure는 수많은 외부 고객에게 컴퓨팅을 빌려주는 범용 사업자인 반면, OpenAI의 인프라는 전 부지가 자기 자신의 AI 작업을 위한 것입니다. 남에게 임대하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아니라, 자기가 쓰려고 짓는 초대형 자가 소비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CSP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기보다는, 클라우드에 의존하던 최대 고객이 스스로 인프라 주인으로 변신하는 중이라고 보는 쪽이 정확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CEO가 "OpenAI가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분주한 동안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응수한 것도 이 맥락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맞습니다. OpenAI의 인프라 역사는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의 돈으로 시작됐습니다. 시간순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즉 OpenAI가 ChatGPT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던 컴퓨팅 토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깔아 준 Azure 슈퍼컴퓨터였습니다. 두 회사는 한동안 업계에서 가장 끈끈한 동맹으로 불렸습니다.
균열의 핵심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AGI 조항', 다른 하나는 'Azure 독점'입니다.
2019년 계약에 OpenAI는 묘한 단서를 하나 넣었습니다. 만약 OpenAI가 범용 인공지능(AGI)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 접근권을 끊을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AGI가 먼 미래의 공상처럼 느껴지던 시절에는 별것 아니었지만, AI가 폭발적으로 발전하면서 이 조항은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습니다. 가장 큰 투자를 해 놓고도 상대방이 "우리가 AGI에 도달했다"고 선언하는 순간 손을 놓아야 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또 하나는 컴퓨팅 독점이었습니다. OpenAI의 폭발적인 수요를 Azure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지자, OpenAI는 다른 클라우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자기가 키운 고객이 경쟁사 클라우드까지 기웃거리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었습니다. 이 협상은 거의 1년을 끌었고, 외신들은 두 회사 사이에 상당한 긴장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2025년 10월, OpenAI는 복잡하던 비영리·영리 혼합 구조를 정리하고 공익법인(OpenAI Group PBC)으로 재편합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27%의 지분을 확정받았습니다. 동시에 OpenAI는 2,500억 달러 규모의 Azure 사용을 약정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의 신규 컴퓨팅 물량에 대한 '우선 거절권'을 잃었습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OpenAI가 컴퓨팅을 어디서 살지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가로챌 권리가 사라진 겁니다. 스타게이트가 Azure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기 시작한 게 바로 이 변화의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두 회사는 계약을 한 번 더 손봅니다. 이번에는 더 결정적입니다. OpenAI는 이제 어떤 클라우드 사업자를 통해서든 자사 제품을 팔 수 있게 됐고, 그토록 골칫거리였던 AGI 조항은 계약에서 완전히 삭제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진 OpenAI 기술 라이선스는 2032년까지 유지되지만, 더 이상 독점이 아닙니다. 외신은 이 재협상의 방아쇠가 OpenAI의 아마존 AWS 진출 계획이었다고 전합니다. 올트먼과 나델라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합니다.
완전한 결별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27% 지분을 쥔 최대 외부 주주이고, Azure는 OpenAI의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로 남아 신제품도 대체로 Azure에서 먼저 출시됩니다. 하지만 '독점'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습니다. OpenAI는 이제 AWS든 Oracle이든 자체 데이터센터든 자유롭게 고를 수 있습니다. 한 클라우드에 묶여 있던 회사가, 직접 인프라를 짓고 여러 클라우드를 동시에 쓰는 멀티 인프라 시대로 넘어간 것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본업과 직결되는 이야기입니다. OpenAI가 인프라를 직접 짓는다는 건, 우리에게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고객이 등장한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메모리 업계 역사에서 본 적 없는 크기로 말입니다.
2025년 10월, S전자와 SK하이닉스는 OpenAI와 의향서(LOI)를 체결했습니다. 스타게이트의 메모리 수요를 맞추기 위해 최종적으로 월 90만 장의 DRAM 웨이퍼를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90만 장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는 비교해 보면 드러납니다. 전 세계 DRAM 생산량의 약 40%에 해당할 수 있는 물량이고, 현재 글로벌 HBM 생산 능력의 두 배가 넘습니다.
참고로 SK하이닉스의 현재 DRAM과 HBM 웨이퍼 생산 능력이 월 약 16만 장 수준입니다. 90만 장을 맞추려면 양사 모두 새 HBM 팹을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공급 품목도 HBM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S전자는 HBM뿐 아니라 그래픽 DRAM(GDDR), 고용량 SSD, 그리고 인메모리 컴퓨팅을 적용한 저전력 메모리(LPDDR5X-PIM)까지 공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토리지 쪽까지 묶인다는 점은 따로 깊게 들여다볼 가치가 있습니다.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S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글로벌 DRAM의 약 70%, HBM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AI 컴퓨팅 공급망에서 한국 메모리가 사실상 길목을 쥐고 있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한국 내에 데이터센터 두 곳을 짓는 이른바 '한국형 스타게이트' 구상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마냥 좋은 소식만은 아닙니다. 이 정도 물량을 맞추려면 생산 라인을 HBM 쪽으로 크게 돌려야 하고, 그러면 일반 서버용 DRAM 공급이 빠듯해집니다. 실제로 서버 DRAM 가격은 이미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매출 호재인 동시에, 한정된 생산 능력을 어디에 배분할지를 두고 회사 전체의 전략적 판단이 걸리는 사안입니다. 거대한 고객 하나가 등장했다는 건, 다른 모든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OpenAI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깔아 준 Azure 위에서 출발했지만, AGI 조항과 클라우드 독점을 둘러싼 긴 줄다리기 끝에 이제는 독점에서 풀려나 직접 인프라를 짓는 주체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그 변신의 규모가 너무 커서, 메모리를 만드는 우리 같은 공급사 입장에서는 단일 고객 하나가 전 세계 DRAM 생산의 40%를 요구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클라우드 최대 고객이 인프라 주인이 되는 이 흐름은, 칩과 메모리를 만드는 쪽에는 분명한 기회입니다. 다만 그 기회가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그 거대한 고객이 다음에는 무엇을 직접 만들려 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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