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세레브라스(Cerebras) 분석의 후속편입니다. 그때 다뤘던 IPO가 5월 14일 나스닥에서 실제로 이루어졌고, 결과는 분명한 흥행 성공이었습니다. 다만 그 사이 시장의 큰 그림이 적지 않게 바뀌었습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Groq은 NVIDIA에 흡수되었고, 200억 달러 계약을 맺어준 OpenAI는 같은 날 Apple과의 법적 분쟁이 보도되며 본인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IPO 숫자보다 그 이면에서 동시에 벌어진 사건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결과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Cerebras는 공모가를 처음 115~125달러로 제시했다가, 수요예측에서 두 번 상향해 최종 185달러로 확정했습니다. 첫날 시초가는 350달러, 종가는 311.0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공모가 대비 68.2% 상승입니다. 다음 날 금요일에는 279.72달러까지 살짝 조정을 받았습니다. 청약 경쟁률은 약 20배에 달했고, 2026년 들어 최대 규모의 기술주 IPO로 기록되었습니다.
매출 실적도 IPO 직전 크게 좋아진 모습이었습니다. 2025년 매출 5억 1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76% 증가했고, 순이익은 약 2억 3,780만 달러를 기록하며 흑자전환했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약 4억 8천만 달러의 손실을 봤던 회사이니, 외형뿐 아니라 손익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앤드류 펠드만(Andrew Feldman)은 IPO 가격 기준으로 약 19억 달러의 지분 가치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주주 명부에 OpenAI의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로크먼이 개인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알트만은 약 89,000주, 브로크먼은 약 78,000주를 보유한 것으로 머스크 소송 과정에서 공개되었는데, 시초가 기준 각각 약 1,650만 달러와 1,440만 달러 정도의 가치입니다. 회사 대 회사의 계약뿐 아니라 개인 차원의 이해관계도 얽혀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IPO를 평가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사건이 있습니다.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NVIDIA가 Groq을 약 200억 달러에 사실상 인수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 및 핵심 인력 영입"으로 발표되었지만, 시장에서는 NVIDIA 사상 최대 거래이자 가장 강력한 추론(inference) 경쟁자에 대한 인수합병으로 보고 있습니다.
1) 구조: Groq라는 회사는 명목상 살아있지만, 핵심 자산과 IP, 그리고 CEO 조나단 로스(Jonathan Ross)를 포함한 핵심 엔지니어들이 NVIDIA로 이동했습니다. GroqCloud 사업만 분리되어 남았습니다.
2) 의도: Cerebras와 마찬가지로 Groq의 LPU 역시 추론에서 GPU 대비 2~3배의 속도를 내던 아키텍처였습니다. NVIDIA는 이 기술을 자사 AI Factory 아키텍처에 흡수해 저지연 추론 영역까지 직접 커버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3) 의미: "엔비디아 대항마"라는 타이틀이 붙던 두 회사 중 한 곳이 이미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제 Cerebras는 한층 외로워졌습니다.
이 거래의 함의는 단순합니다. NVIDIA는 6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들고 있고, 분기당 영업현금흐름이 220억 달러를 넘는 회사입니다. 위협이 될 만한 아키텍처가 등장하면 인수하거나 흡수해버릴 자금이 충분합니다. Cerebras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가진 "웨이퍼 한 장 통째로 칩"이라는 기술이 정말 NVIDIA가 베낄 수도, 인수할 수도 없는 영역인지에 대한 질문이 더 무거워졌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다뤘던 OpenAI와의 200억 달러 계약은 이번 IPO 흥행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였습니다.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250MW씩, 총 750MW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는 마스터 계약입니다. 여기에 OpenAI는 최대 10%의 지분 워런트와 10억 달러 운영자본 대출까지 받습니다.
매출 다각화 측면에서 이 계약은 분명 의미가 큽니다. Cerebras는 한때 매출의 85%가 UAE의 G42에서 발생하던 회사였습니다. 2025년에는 G42 비중이 24%로 떨어졌지만, 대신 모하메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 대학(MBZUAI)이 매출의 62%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UAE 의존도가 G42에서 MBZUAI로 옮겨간 모양새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OpenAI라는 또 다른 거대 고객의 등장은 절실했습니다.
| 고객 구조 | 2024년 | 2025년 |
|---|---|---|
| G42 (UAE) | 약 85% | 약 24% |
| MBZUAI (UAE 대학) | 비공개 | 약 62% |
| UAE 집중도 합계 | 매우 높음 | 약 86% |
| OpenAI 계약 효과 | 없음 | 2026년부터 반영 예정 |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고객 한 곳에 대한 의존을 다른 한 곳에 대한 의존으로 바꾼 것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OpenAI 계약이 본격 매출로 잡히기 시작하면, Cerebras 매출 구조는 "UAE 86% + OpenAI"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OpenAI가 흔들리면 Cerebras도 흔들립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우연이 있습니다. Cerebras가 상장한 바로 그날인 5월 14일, OpenAI가 Apple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블룸버그(Bloomberg) 마크 거먼(Mark Gurman) 기자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분쟁의 핵심은 두 회사가 2024년 6월 WWDC에서 발표한 ChatGPT-Siri 통합 파트너십입니다. OpenAI는 이 통합으로 ChatGPT Plus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OpenAI의 불만이 단순한 수익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Apple은 6월 8일 WWDC 2026에서 iOS 27을 공개할 예정이고, 새로운 Siri는 구글 Gemini와 Anthropic Claude까지 함께 지원하는 "Extensions" 시스템으로 재편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OpenAI 입장에서는 독점 파트너 지위를 잃고, 여러 모델 중 하나가 되는 셈입니다.
여기에 OpenAI 본인도 여러 전선에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진행 중일론 머스크 소송: OpenAI의 비영리 출발 미션을 배신했다며 머스크가 제기한 소송이 현재 재판 중입니다.
- 긴장마이크로소프트 관계: 최대 투자자이자 인프라 파트너인 MS와도 IPO 준비 과정에서 독립성을 둘러싼 긴장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 2025.10Broadcom 협력: 자체 칩 개발을 위해 Broadcom과 10GW 규모 협력을 발표했지만, 최근 18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 2026.5.14Apple 분쟁: 외부 로펌과 함께 계약 위반 통지를 포함한 법적 옵션을 검토 중입니다.
- 동시 진행자체 하드웨어: 조니 아이브(Jony Ive)의 AI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Apple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 중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OpenAI는 지금 가장 야심찬 시기이자 가장 흔들리는 시기를 동시에 보내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Cerebras는 이 회사에 향후 3년간 750MW의 미래를 걸어둔 상태입니다.
제가 중국 현지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부분은, AI 추론 시장의 경쟁 구도가 한국 언론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다층적이라는 점입니다. 중국 측은 자체적으로 화웨이 어센드(Ascend), 캄브리콘(Cambricon), 모어 스레드(Moore Threads) 등을 빠르게 키우고 있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자체 가속기 설계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각에서 보면 Cerebras의 시장은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동 일부에 한정됩니다. 가장 큰 단일 수요처가 될 수 있는 중국 시장은 미국의 수출 통제 때문에 사실상 닫혀 있고, 중동 의존도는 이미 정치적 리스크로 한 차례 IPO를 좌초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NVIDIA가 같은 제약 속에서도 글로벌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스택(CUDA)과 생태계 때문인데, Cerebras에게는 그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업계의 화두는 칩 한 장의 성능이 아니라 랙(rack)과 데이터센터 단위의 효율로 승부가 갈리는 시스템 설계 경쟁으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단일 가속기의 속도 우위만으로는 시장을 흔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NVIDIA가 NVL72 같은 랙 스케일 제품을 빠르게 밀어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강점: 추론 속도에서 GPU 대비 압도적인 우위, 단일 웨이퍼 구조의 독자성, AWS와의 분리형 추론 협력으로 검증된 워크플로.
약점: 소프트웨어 생태계 부재, 시장 접근 가능 지역의 제한, 매출 집중도 리스크, 그리고 가장 큰 변수로서 OpenAI 의존도.
이 글의 결론은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Cerebras는 분명 기술적으로 NVIDIA가 잘 못하는 영역을 잘 하는 회사이고, IPO 성공은 그 사실에 대한 시장의 인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항마"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한 분야의 기술 우위가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Cerebras는 "NVIDIA가 잘 못하는 영역을 메우는 보조 공급자"에 가깝지, "GPU를 대체하는 회사"는 아닙니다. AWS와의 협력 구조 자체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프리필은 AWS Trainium이 처리하고, 디코드만 Cerebras WSE-3가 맡는 분리형 구조입니다. 추론의 일부 구간만 가져가는 모델입니다.
모틀리풀(Motley Fool)의 분석에서 인용된 숫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NVIDIA의 2026 회계연도(2026년 1월 25일 종료) 매출은 2,159억 달러였습니다. Cerebras 매출 5억 1천만 달러의 약 423배입니다. Cerebras의 성장률(76%)이 NVIDIA(65%)보다 높지만, 절대 규모의 차이가 워낙 큽니다. "대항마"라는 표현보다는 "특수 전문 공급자"가 현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PO 첫날의 폭등이 곧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ProCap Insights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5개 주요 기술주 IPO 중 첫날 급등 후 6개월간 중간값 16.6%의 하락을 기록한 사례가 있습니다. Rivian, Robinhood, Astera Labs 등이 비슷한 경로를 밟았습니다. Cerebras의 첫 실적 발표는 8월로 예정되어 있고, 그때부터가 진짜 시험대가 됩니다.
지난 글에서 마무리한 문장이 있습니다. "Cerebras는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도전자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쓴다면, 이렇게 고쳐 적고 싶습니다. "Cerebras는 엔비디아가 직접 잘 하지 않는 영역에서 가장 잘 하는 회사다. 다만 그 영역이 얼마나 커지는지, 그리고 그 사이 NVIDIA가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는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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